[BOOK]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이번에 주어진 책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소설, 시는 늘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번 책의 표지는 왠지 재미있겠다 싶은 문구들이 많았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책을 사랑한다!"라고 표현한 리즈 워더스푼을 글의 멘트를 띠지와 함께
뉴욕타임스 84주 연속 베스트셀러 (내가 읽고 있는 책은 그렇다. 신간은 180주로 나오네...
2019년 가장 많이 팔린 책... 등등
직전에 읽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여러 가지 이유로 한참을 못 읽어서
이 책 읽을 때도 그럴까? 그러면 또 못 읽을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친구가 책 없으면 빌려준다기에 냉큼 받아서 첫 페이지를 넘겼다.
추천 글 중에
'독창적인 플롯, 아름다운 문체, 한번 읽기 시작하면 아침이 될 때까지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는 독창적인 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비록 하루가 아닌 일주일에 읽었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궁금해서 책을 자꾸 펼치게 된다.
이 두꺼운 책을 일주일 만에 읽다니... 신랑이 놀란다.
책 읽다 보면 말 그대로 아름다운 문체가 많이 등장한다.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그런 표현들...
책 처음 시작점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
16p
'카야의 가슴에 검고 고운 진흙 덩어리처럼 묵직한 슬픔이 얹혔다.'
이 문구를 통해 이 책의 느낌이 어떤지 대충 이해되리라 본다.
소설 리뷰는 조심스럽다.
자칫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노랑머리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책을 읽다가도 노랑머리 아이가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읽었다.
그런데 카야(여주인공)는 힘든 삶을 살았지만 왠지 걱정이 안됐다.
책을 읽어보면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카야에게 늪(습지)은
노랑머리 여자아이에게 주인공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와 같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노랑머리 여자아이는 카야의 늪(습지)과 같은 아저씨(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카야에겐 언제가 늪이 엄마처럼 지켜주고 있으니까 안심이 되었다.
그 부분을 설명하는 글
49p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하지만 결코 카야는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듯했지만 그 조차 카야의 욕심이 되어버렸다.
56p
카야는 팔을 치켜들고 온 힘을 다해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를 붙들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한쪽 팔을 치켜들더니 집어치우라는 듯 재빨리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79p
무심히 던진 '아가' 이 단어에서 마음의 관계가 풀어졌는데...
56p는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의 첫 단추라면,
79p는 아버지 마음이 풀린 표현이 아닐까 생각 된다.
카야와 테이트의 연결고리 '깃털'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깃털'이
또 다른 책 '가자에서 온 편지'의 '유리병 편지'가 생각났다.
감성적인 어떠한 매개체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듯싶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140p
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
이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과도 같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언어로 풀면... 사람이 노래하는 곳..이라고 해야 되나^^
암튼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사람답게 사는 그런 세상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점핑, 메이블, 테이트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면 안되는데... 행동이 있어야 되는데...
153p
생물한테 습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라, 자기네들이 그것 때문에 먹고살면서
이 글을 읽을 땐 예전 살던 마을이 생각났다.
아름답고 맑은 계곡이 흐르는 곳인데 윗동네 두부공장에서 폐수를 하천에 불법으로 버려서
결국 들어가기 싫은 계곡을 만들어 버린 일이 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따지지 않았다. 왜일까?
그 계곡보다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
쓸쓸한 이 마음은 271p를 읽으면 더 쉽게 다가온다.
262p
무언가를 얻어내야 했다. 아픔을 죽여야 했다.
얼마나 카야가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글이다.
한 부분만 보면 카야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울 수 있다.
하지만 늪이, 습지대가, 자연이 얼마나 강한지
카야의 삶을 통해 알게 된다.
책은 끝나는 459p까지 말 그대로 궁금해서 책을 자꾸 펼쳐보게 된다.
재미있다. 몇 안 되는 기억에 남는 소설 중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추가되었다.
되도록 스포 조심해서 포스팅한다고 했는데
은근한 스포가 된 거 같긴 하다.
아름다운 글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스토리에 관심 있으시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